유명하신 작가이고 TV 예능에도 출연하신 경험이 있어 그 이후로 더욱 대중적인 작가가 되신 것 같다. 이건 순전히 내 생각이지만 나 같은 경우 작가를 기억하기보다는 작품 제목을 잘 기억하는 편이라 그 이전에 작품을 읽었거나 본 적은 없었다. 본적이라고 하면 영화로 된 '살인자의 기억법'이 제목 정도만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TV 예능 출연으로 작가를 포털 검색해 보았고 읽은 경험은 없었지만 눈에 익은 작품과 연결되어 뇌에 단단한 기억으로 남게 된 작가분인 것은 분명하다.
'여행의 이유'는 서점가에서 한동안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할 정도로 많은 독자들에게도 사랑을 받은 책이고 책이 출간된 시점에 내가 좋아하는 <배철수의 음악캠프> 라디오 주인장을 대신해서 디제이를 하셨다. 그런데 너무 잘 하셨다. 그래서 그런지 책을 좀처럼 잘 읽지 않는데 읽어보고픈 마음이 더욱 샘솟았다. 책을 읽고 난 후 내가 왜 이러한 행동까지 이어지게 만든 것은 작가분에 대해 알고자 하는 욕망도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책을 읽어보니 재미있고 요즘 말로 '내 스타일야~'라고 할 정도로 마음이 들어서 그런지 김영하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도 읽고 싶다.
여행기란 본질적으로 무엇일까?
그것은 여행의 성공이라는 목적을 향해
집을 떠난 주인공이 이런저런 시련을 겪다가
원래 성취하고자 했던 것과 다른 어떤 것을 얻어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김영하 산문 '여행의 이유'
이 책을 읽다 보면 왜 우리가 여행을 가는지 원천적인 이유에 대해 심도 있게 얘기하고 있다. 어찌 보면 매우 단순한 답이라고 생각하고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라고 단언할 수 있지만 또 다른 이유에 대해 접근하여 재미있게 풀어갔다. 푸둥공항에서 추방 당한 것을 서두를 시작하는데 여행에서 겪는 실패담을 통해 깨달음을 얻어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작가는 얘기한다. 다양한 미디어의 시대에 살아가는 우리는 어떻게 보면 많은 정보를 이해하고 습득하지만 정작 그것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큰 변화를 주는 충격을 받기는 어렵다. 그렇다 영화 <스탠바이, 웬디>의 주인공 웬디나 긴 여정을 끝으로 깨달음을 알고 귀환하는 오디세우스처럼 우리는 무언가 답답하면 여행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가 찾듯 떠난다. 새로운 공간에서 경험과 생각을 통해 얻게 되는 무엇인가도 있지 않을까 하는 해결법을 찾는 여정일 것이다.
잠깐 머무는 호텔에서
우리는 '슬픔을 몽땅 흡수한 것처럼 보이는 물건'들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롭다.
모든것이 제자리에 잘 정리되어 있으며,
설령 어질러진다 해도 떠나면 그만이다.
김영하 산문 '여행의 이유'
그리고 여행의 이유 두 번째는 일상적인 삶을 벗어나기 위한 것이다. 이 책에서는 '상처를 몽땅 흡수한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라는 재미있는 소제목으로 표현되어 있고 이것이 일반 사람들이 마음에 가장 와닿는 여행의 이유일 것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공간에는 부딪히는 사람과 물건 등 모든 것이 새롭지 않다. 새롭지 않다는 것은 '온갖 기억들이 여기저기 들러붙어 있다.'라고 얘기한다. 이러한 기억은 우리는 느끼지 못하겠지만 현대인들에게는 이런 기억들이 스트레스로 이어질 수 있고 일을 하고 집에 와서 휴식을 한다고는 하지만 알게 모르게 집에서도 그런 기억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우리는 여행이라는 새로움을 통해 잠시나마 일상의 기억을 지우기 위해 떠나게 되는 본능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정곡을 콕 찌르고 무릎을 탁 칠 만큼은 아니지만 우리가 막연하게 알고 있는 것을 좀 더 명확하게 해주는 느낌이 들었다.로운 공간에서 경험과 생각을 통해 얻게 되는 무엇인가도 있지 않을까 하는 해결법을 찾는 여정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여행이라고 하면 어느 지역이나 나라 등 거기를 갔다 왔다는 것만으로도 가보지 못한 사람에게는 자기가 본 것이 그곳의 모든 것인 양 자신 있게 말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 그렇지 않다. 서울 사람이 서울을 다 알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는 한정된 공간에서 생활할 뿐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우리가 떠나는 여행은 부족함이 있다. 왜냐하면 여행이라는 것이 우리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즐기고 오는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활 촬영 장면 중 액션이나 컴퓨터 그래픽이 많이 포함된 장면의 촬영 영상을 보면 유치하지만 우리가 극장에서 보는 영상은 매우 박진감 넘치고 스릴이 느껴지도록 한정된 스크린에 펼쳐진다. 다양 요소의 결합으로 나타내어지는 결과물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알지 못하는 것과 비슷할 것이다.
내 발로 다녀온 여행은 생생하고 강렬하지만
미처 정리되지 않은 인상으로만 남곤한다.
일상에서 우리가 느끼는 모호한 감정이 소설 속 심리 묘사를 통해 명확해지듯,
우리의 여행 경험도 타자의 시각과 언어를 통해 좀 더 명료해진다.
김영하 산문 '여행의 이유'
인터넷이 발달된 요즘은 특히 여행 계획을 세울 때 타인이 갔다 온 경험 정보가 정말 많다. 우리는 이러한 정보를 이용해서 세부계획을 세우다 보니 이것을 벗어난 여행은 좀처럼 어렵게 느껴질 것이고 그 경험 또한 제한적일 수 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알쓸신잡>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 작가가 출연하여 경험한 공간은 한정적이다. 그러나 출연자 모두가 견학한 지식이나 경험을 가지고 오후 느지막이 어느 장소에서 수시간에 걸쳐 각자의 이야기보따리가 풀어진다. 훌륭한 작가분도 여행만 가지고 모든 것을 이해하는 데는 제한적이었나 보다. 그래서 책에서는 '비여행, 탈여행'이라고 표현되어 있는데 각자 다양한 현장에 대한 학습과 지식이 어우러지는 간접경험의 시간이 존재하여야만 여행이 더욱 완성도가 높아지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므로 여행지에 대한 문화, 역사 등에 대한 사전학습이 된다면 더욱 알찬 여행으로 결부될 수 있다.
인생이라는 여행은 먼저 도착한 이들의 어마어마한 환대에 의해서만 겨우 시작될 수 있다. 신생아는 자기가 도착한 나라의 말을 모른다. 부모와 친척들이 참을성을 가지고 몇 년을 도와야 비로소 기초적인 언어를 익힐 수 있다. 부모는 아이가 세상으로 나아갈 준비가 될 때까지 아무 대가를 바라지 않고 먹여주고 입혀주고 재워준다. 충분히 성장하면 인간은 지구에 새로 도착한 여행자들을 환대함으로써 받은 것을 갚는다. 그리고 그들이 떠나갈 때, 남아있는 이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그들을 환송한다. 지구상의 거의 모든 문명은, 마치 다른 세계로 떠나는 여행자를 배웅하듯이 망자를 대한다. 관 속에 노잣돈이나 길동무 인형을 넣어준다. 철저한 무신론자조차도 사랑하는 사람이 죽을 때면 그들이 다음 세상에서 평안하기를 기원한다고 말한다. 김영하 산문 '여행의 이유'
책 페이지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낄 때쯤 인상 깊은 사진이 나타난다.(네이버에서 제공되는 사진인데 책에 있는 사진과 똑같다.) 위의 사진이 당시의 것인지는 확인을 해보지 않았지만 아폴로 8호가 달 궤도에 진입한 다음날 크리스마스에 발생된 뉴욕타임스에 발행된 사진을 보고 시인 아치볼드 매클리시아는 '지구에 모두를 승객(riders)로 본다.'라고 표현한다. 승객은 무엇인가 사전적으로 의미로 보면 '손님'이다. 손님은 잠시 머물다가 떠나야 한다. 그렇다 우리 모두는 손님인 것이다. 때로는 가족이라는 이유로 서로를 보살피고 친구, 직장동료 등 다양한 연결고리를 통해 그렇게 삶을 살다가 지구를 떠난다. 떠나기 전까지 서로를 손님이라고 생각하고 기쁨과 즐거움은 함께하고 슬픔은 나누는 것이다. 그래! 우리는 손님이니까!
마지막으로 여행자에 자세나 태도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요즘에는 관광산업이라는 경제적인 수단으로 발전되어 여행자들이 현지인들에게는 돈벌이의 대상이었지만 아주 오래전에는 타인(여행자) 자기의 삶을 구축해 놓은 터전에 들어오는 것으로 현지인에게는 거부감, 두려움 등 다소 부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현지인과 여행자 사이는 '예의 바른 무관심' 적당하며 '노바디의 여행'이라고 소제목으로도 이야기를 풀어간다. 'Nobody'는 '아무도 아닌', '보잘것없는 사람' 등으로 풀이된다. 작가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유명인이지만 해외를 가면 그냥 대한민국인, 아시안인 등으로 단순화된다. 대한민국이라는 공간에서는 직업이 무엇이며 사회적지위나 위치 등으로 그룹화되지만 여행이라는 목적의식을 가지고 해외를 가면 다 같은 대한민국 사람 즉 '아무것도 아닌 자'가 된다. 현지인들에게 내가 어떤 사람이니까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고
혹시 물어보더라도 거창하게 답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여행자니까 우리가 여행지를 온 목적에 온전히 집중하면 될 것 같다. 일상의 해방감, 자유, 여행지에서 느끼는 문화 등 다양한 경험을 현지인들의 시선에 맞춘 손님의 기준으로 예의를 갖추고 머물다가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면 되는 것이다.
이 책을 덮고 나서도 여행을 간다고 하면 어린아이들이 있어서 그런지 준비를 해야 할 것이 많고 여행지에서 갑자기 생기는 사고나 질병 등 걱정이 되는 부분도 있다. 이것도 내게는 지금 시기에 느끼는 여행 경험의 한 부분이라고 받아들어야 할 것 같다. 아직은 혼자 여행을 준비하고 내게 맞는 여행의 목적을 세우는 것은 사치라고 느껴진다. 그러나 언젠가는 그런 기회가 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다양한 간접경험을 통해 준비를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김영하 작가의 다른 작품에 시선을 돌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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